주먹눈 - 전동균 눈 내리는 밤, 야근을 하고 들어온 중년의 시인이 불도 안 땐 구석방에 웅크리고 앉아 시를 쓰는 밤, CT를 찍어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편두통에 시달리며 그래도 첫마음은 잊지 말자고 또박또박 백지 위에 만년필로 쓰는 밤, 어둡고 흐린 그림자들 추억처럼 지나가는 창문을 때리며 퍼붓는 주먹눈, 눈발 속에 소주병을 든 金宗三이 걸어와 불쑥, 언 손을 내민다 어 추워, 오늘 같은 밤에 무슨 빌어먹을 짓이야, 술 한잔하고 뒷산 지붕도 없는 까치집에 나뭇잎이라도 몇 장 덮어줘, 그게 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