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을 기억하는가최승자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따뜻한 땅 속을 떠돌 동안엔봄이 오고 너는 갔다.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먼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 들어가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해진 신발마냥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청파동을 기억하는가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눈 덮인 꿈 속을 떠돌던몇 세기 전의 겨울을. 배경음악 : Adagio - Richard Stoltzman (From Out Of Africa)편집 : 바람의 종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2-23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