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죽는 나무 - 김광규오래 가문 날씨 탓인가여름내 대추나무 가지에꽃피지 않고열매 맺지 않더니가을 되어 갑자기 새순이 돋아났다낯선 이파리들 노랗게 피어나서겨울에도 잎이지지 않았다(저것이 바로 나무의 암이라고정원사는 진단했다)머리도 없이내장도 없이몸 밖으로 암세포를 길러내며살아 있는 모습으로 서서 죽는 나무뿌리가 없어쓰러져 가는 무리들 썩도록 남겨놓고혼자서 바싹 마른 채 열반하는가출전 : 시집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문학과지성사, 1998)배경음악 : Yanni - Aria편집 : 바람의 종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2-23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