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1958~) '강' 전문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에드워드 에비라는 미국 친구가 쓴 강에 대한 책을 읽었다. 62년의 생애 중 23년을 강물 위에서 지낸 그는 시를 '절망 에 따른 악습'이라고 정의했다. 상류에서 하류로…. 강은 지극히 단순한 한 가지의 열망으로 흘러간다. 더 높은 곳으로, 더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외침들 속에서 강은 묵묵 히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갈 뿐이다…. 모든 절망의 악습에 젖 은 꿈들이여 강으로 가자. 낮은 목소리로 흐르는 그곳에서 인생의 어깃장을, 애간장을 다 녹여 보내자. 제임스 조이스는 말했다. "나는 흘러가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곽재구<시인>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2-23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