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書 - 강해림
― 타클라마칸
불모라는 어휘의 어원을 찾아 간다 낙타나 흰목숲쥐가
낙타풀이나 선인장 같은 가시 돋친 것들만 즐겨 먹듯
먹다 뱉은, 붉은 피로 물든 가시의 흔적도 풍사침습의
흔적도 없다 風紋, 바람의 문양만 있다.
읽는 순간 모래글씨가 사라진다
태양이 갈라놓은 명과 암 극명한 각이 흘러내리는
모래구릉은 관능이다 아찔한 죽음의 엉덩이,
시간의 기억마저 후끈거리며 녹아 흘러내리는 열기
속에서 책은 스스로 극한이 되어 무겁고 또한 가볍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이동한다
모래무덤 속 미라처럼 바짝 마른 문장은 비틀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겠다 동의반복의,
가시 돋친 혓바닥에 핀 꽃들은 향기가 없다지
목적지이기를 사양할 것 모래 속에 잠든 왕국 누란도
천막궁전도 내 위에 세우지 말라는 사막의 율법
저 검은 채찍 같은 고요에 홀려 길을 잃고 사막여우라도 만났으면
금방이라도 괴물이나 유령이 나타날 것만 같은
책장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모래폭풍을 불러 일으켜 순식간에 천지를 깜깜하게
만들어놓고 내 입을 틀어막자,
아무 일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