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복사꽃 - 홍성란 (1958~ )
돌아오지 않으리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우줄거리는 섬강 물 위에 뜬 복사꽃잎 맑을 것도 없는 물결 더불어 웃으며 돌아오지 않으리
병든 어미 벌판에 버리고 죽은 아비 땅속에 묻고 어느 기슭에 닿았는지 어디 떠가는지 아무도 모를 행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오직 하나 즐거움이여 어제의 꽃잎이여 흐느끼는 강물 물 위에 뜬 영원의 껍데기
늑대별이거나 개밥바라기이거나 어느 별에도 닿지 않으리
어미 아비 잊어버리고 나 죽어 아무도 모를 거처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홍성란의 내공을 짐작하게 하는 시!
큰 공덕을 쌓아야 윤회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사람으로도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즐거운 복사꽃’은 방민호가 지적했듯 니체와도 관련 있다. 니체의 자라투스트라 사상의 핵심은 “나는 기꺼이 몰락해주리.” 김훈의 기형도에 대한 추도문이 생각난다. ‘가거라, 그리고 다시는 생사를 거듭하지 말아라. 인간으로도 축생으로도 다시는 삶을 받지 말아라. 썩어서 공이 되거라’. 김훈의 이 어조를 원효가 사복의 어머니를 위해 부른 게송의 어조와 같다고 한 것은 김현. <박찬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