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 없었다’ 부분 - 유안진 (1941~ )
거울 앞을 지나는데
얼핏 나 아닌 누군가들이 보였다
돌아가 다시 보니 아담과 이브였다
알 듯 모르겠는, 닮은 듯 아닌 듯, 조상들이라는 직감이 문득
(…)
나 직전의 난자와 정자도 내 것이 아니었단다
나는 본래부터 없었단다
정면으로 정색하고 보니
한 뭉치의 유전자들이
떨떠름한 표정 하고 곁눈질로 꼴쳐볼 뿐
거울 속엔 분명 내가 없었다.
개체는 유전자가 머물고 있는 숙주에 불과하다. 숙주는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것. 유전자는 계속 살아남는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그리고 유안진의 ‘나는 본래 없었다’들의 차분한 전언이다. 결정론적 인간관에서 환경보다 유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 되고 있다. ‘의식이 존재를 규정한다’는 관념론,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물론 모두를 부정하는 것이 유전자론이다. 팥 심은 데 팥 나고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찬일·시인>
거울 앞을 지나는데
얼핏 나 아닌 누군가들이 보였다
돌아가 다시 보니 아담과 이브였다
알 듯 모르겠는, 닮은 듯 아닌 듯, 조상들이라는 직감이 문득
(…)
나 직전의 난자와 정자도 내 것이 아니었단다
나는 본래부터 없었단다
정면으로 정색하고 보니
한 뭉치의 유전자들이
떨떠름한 표정 하고 곁눈질로 꼴쳐볼 뿐
거울 속엔 분명 내가 없었다.
개체는 유전자가 머물고 있는 숙주에 불과하다. 숙주는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것. 유전자는 계속 살아남는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그리고 유안진의 ‘나는 본래 없었다’들의 차분한 전언이다. 결정론적 인간관에서 환경보다 유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 되고 있다. ‘의식이 존재를 규정한다’는 관념론,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물론 모두를 부정하는 것이 유전자론이다. 팥 심은 데 팥 나고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찬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