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린 등 - 이설헌
오늘 아침 뻐꾸기 우는 소리에
창문 활짝 열었더니
앞산이 선뜻 방으로 들어온다
봉우리 위 고개든 햇빛
골짜기 밭두릭에 펼쳐지고
쪼그리고 앉아 김매는 아낙네 손에
호미날이 번득인다
거침없이 끄덕이며, 끄덕이며
쇠비듬 개비듬 잡초를 뽑아 던지고
구겨지는 햇살 펴 가며 캐는, 한 생애
숲을 떠메고 날아가는 새들 어깨 위로
어둠이 날아온다
하루해 손바닥에 주물던 흙가루
툭툭 털고 활처럼 구부린 등 일으켜세우고
숲 속 어디쯤 크륵이는 뱀의 울음소리
섬짓 하늘 쳐다보면
잿빛 구름 동쪽 산을 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