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 - 정용진
물레는
운명의 실타래를 낳는
여인이다.
등잔 심지에
목화씨 기름이
자욱히 타오르는 토담집
조상 대대로 물려와
순때 묻은 물레 앞에
피골이 상접한
시어머니가 앉아
물레를 돌린다.
옆에서는
갓 시집 온 며느리가
씨앙을 돌려
소녀의 꿈을
면화구름으로 피워 올리고
두 여인이 낳는
운명의 손길에는
한과
설움과
슬픔이 감긴 실타래로
인생의 무명필이 탄생된다.
윙 윙윙
삐익 삐익
이 밤도
삶을 엮는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