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안도섭
이 아침
강을 굽어보는 새
두 날개 하늘 갈라
정든 숲 낯선 땅 날아간다
가을 깊으면
그 부리 남녁을 향하지만
이른 봄 북녘 하늘 떠나는
새, 새, 새
새는 큰 강도 두려워 않고
새는 높은 암벽도 겁내지 않고
하늘길 열어 가는 그 비상
꽃소녀 다녀온 길
새는 휴전선도 쇠울도 넘나든다
역사는 백지도 위에
슬픈 금 그어 놓지만
재 된 자리 풀잎 돋고 수풀이 자라
새들의 보금자리
새들의 천국
축제인 듯 꼬리치며
우짖는 새 새와
저 티
그림처럼 뜬 한 무리 군무(群舞)를 보라
우두머리 뒤에 뒤를 이어
초승달 가듯 흐르는
날갯짓
두 눈망울 살아
먼 하늘 나들이하는 새들
새는 바다도 국경선도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