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감나무 - 남근영
푸른 옷 단정히 입은 뒤 꽃 피우고
청춘가 부르더니 임 맞던 꽃잎 울며 지네
된서리 바람에 굽기를 기원하니
익어 가는 많은 후손 자랑하려는지
어미는 파란 옷을 벗어던지고 찬바람에
다홍으로 갈아입더니 그마저 벗어던진다
전등불처럼 핏기 돋아 주렁주렁
어미도 자식도 나체로 불거진 채
어미 팔뚝 휘어도 즐겁단 듯 그네 뛰네
분가해도 되련만 온 팔뚝 늘어져도
모성애로 마냥 즐겁기만 하는지
주야로 혈색 돋은 후손 자랑 만연하구나
진눈깨비 내리는 날 어미 품 떨어질까
따갈까 노심초사 과잉 보호인 줄 모르는 어미
허기진 까치 쪼아대니 까치 오히려 나무라고
흰 이불 덮어 주며 주야로 빨간 불 켜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