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살은 허리부터 익는다 - 강형철
은행잎이 녹아내린 길 위로
얼굴을 쭈그리며 리어카가 굴러간다
온 생애를 담아 끌고 가는 아저씨
양은그릇 위로 아이들 학비가 날고
위태로운 생계비가 덜그럭거린다
연탄불에 가래떡을 굽고 있는 아줌마
목장갑을 끼고 아이 이마를 짚듯
떡살의 허리께를 더듬는다
노릇해야 하리라
그 옆 알밤이 먼저 튄다
밥집 아줌마가 신문지로 덮은 육개장을 이고 간다
이마의 땀 얼굴에서 미끄러지다
들뜬 파운데이션에 걸렸다
모과 하나가 떨어진다
염병할 놈
안 살라믄 흥정이나 말지
모과는 눈을 흘겼지만 아직 모과다
숭례문 바스라진 잔디에
햇빛 몇개 그 육성을 웃는다
강형철 시집"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창작과비평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