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나를 기다린다 - 남진우
어느 날 나는
달이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이라고 생각했다
그 구멍으로
몸 잃은 영혼들이 빛을 보고 몰려드는 날벌레처럼 날아가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달이 둥그러지는 동안
영혼은 쉽게 지상을 떠나지만
보름에서 그믐까지 벌구멍은
점차 닫혀진다 비좁은 그 틈을 지나
광막한 저 세상으로 날아간 영혼은
무엇을 보게 될까
깊은 밤 귀 기울이면
사각사각
달벌레들이 밤하늘의 구멍을 갉아 먹는 소리가 들린다
-『문예중앙』2007.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