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초상 - 윤은경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의 사랑엔
늘 흙이 묻어 있다지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는
단단히 뭉쳐진 흙덩어리들
머뭇거리며 서로, 손을 찾아 더듬는
어여쁜 몸짓에도 흙냄새가 난다
흙 묻은 사랑으로 사람들은
서로의 흙에 흙을 섞으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고
만남은 만날수록 모자란다고
그리움은 그리울수록 그립다고
가슴 깊이, 흙 묻은 사랑을 걸어
눈물 젖은 손으로 서로를 쓰다듬지만
아무리 애써도 닿지 않는 뿌리
도리없는 슬픔
지상은 왜 이리 깊은 것이냐
그대,
몸을 더듬을 때마다 더욱 깊어지는
흙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