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 임삼규
내 마음 머물 곳은 고요 겨운 저 장독대
묵으면 묵을수록 맛이 드는 질항아리
봄볕에
두 볼이 달아
소리없이 익어 가는.
겨우내 들쑤시던 맵고 짜고 아린 가슴
두 번 세 번 다독이며 기다리고 기다리며
무던히
삭인 후에야
고른 숨을 내어 쉬는.
내 마음 접을 자리 장독대 위 질항아리
눈에 익은 풍경으로 오래오래 남았다가
마침내
발효된 추억
한 종지씩
고이는 곳.
임삼규 시집"너 아직 거기 서 있는가"[고요아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