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와 고비 - 최승호
고비에서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뼈를 넘고 돌을 넘고 모래를 넘고
고개 드는 두려움을 넘어야 한다
고비에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땅의 고요 하늘의 고요 지평선의 고요를 넘고
텅 빈 말대가리가 내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고비에는 해골이 많다
그것은 방황하던 업덩어리들의 잔해
고비에서는 없는 길을 넘어야 하고
있는 길을 의심해야 한다
사막에서 펼치는 지도란
때로 모래가 흐르는 텅 빈 종이에 불과하다
길을 잃었다는 것
그것은 지금 고비 한복찬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최승호 시집"고비"[현대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