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 - 김중식
아무리 내딛고 올려밟아도 제자리이지만
평생 그 걸음으로
수차를 밟는 염부
등을 뚫고 소금이 맺힐 때까지
염전은 자기 살을 태운다
아픈 시늉도 없이
수차 또한 삐걱이며 돌고 또 돌고 돌아
전라(全裸)인 바닷물이 여름 내내 땡볕에 피말려 소금을 만들어내는
아, 쓰라림의 환희
번쩍이는 건 발 밑에 있다
놀라워라, 있다
죽을 때까지 그 걸음으로 내딛는 염부와
고통의 제자리걸음 밑에서 아픈
시늉도 없이 돌고 도는 수차 밑에
땡볕이.
김중식 시집"황금빛 모서리"[문학과 지성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