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뿌리 - 이성목
식당주인은 펄펄 끓는 가마솥에 국수를 풀어 넣는다.
솥가마의 푸른 김이 천장까지 끼친다.
양파는 가늘고 긴 뿌리를 뽑아 내린다.
유리잔에 양파의 입김이 뿌옇게 서려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국수가닥을 건져 올리던 한 노년이
희뿌연 안경을 벗어놓고 잠시
가늘고 긴 숨을 끊어 뜨거운 국물 속에 내려 놓는다.
어린 손자는 후루룩 후루룩 그 뜨거운 소리를 먹는다.
땀을 닦고, 눈물을 훔친다.
세상의 모든, 푸른 것을 밀어 올리는 뿌리는
이렇듯 뜨거운 바닥에 맨발로 서는 것이다.
젓가락 가지런히 세워 잡듯
여기, 필생의 뿌리를 내려야겠다.
칼국수를 먹는 속이 훅 달아오르고
발바닥 툭툭 터진다.
이성목 시집"뜨거운 뿌리"[문학의 전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