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떼가 돌아온다는 강에서 - 오채운
모든 것이 선명하게 생각난다
그때 나는 강물 한가운데 서 있었다
허리까지 잠기는 물 한가운데서
물을 잡고 싶어 안달했다
움켜쥔 손에 힘을 줄수록
물은 더 멀리 달아나버렸다
뜨거운 태양 아래 내가 타던 자전거가 서 있다
그와 나는 딴 길을 걷고 있다 여기서
길을 잃으면 연어떼를 한꺼번에 놓쳐버린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바다로 떠났다던 연어떼가 돌아오고
슬픈 맛으로 내 입에 씹히는 강물
지금 이 물을 움켜잡는 손은
떨리는 마음으로 커피 잔을 움켜잡고
얘기를 나누던 그 손이 아니다
내가 타던 자전거에 죽은 연어를 싣고
힘겹게 물 위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
지금 내가 건져낼 수 있는 건 물이 아니라
자물쇠로 굳게 잠긴 판도라의 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