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레코드판을 돌리고 있다 - 이인철
인사동 화랑 벽에 걸린 그 판화 속
나는 목향木香 내음 따라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네
나무가 보듬고 있는
동심원의 울림 위에서
나는 레코드판의 바늘, 그의 노래를 거꾸로 읽어가고
옹이에 음이 튀는 곳에서 발을 바꿔 왈츠리듬에
춤을 추며 가네
막다른 길목 탯줄같이 둥근 갈색파이프
흐르던 노랫말이 거기 굳어져 있네
아! 배꼽이다
전생에서 이생으로 쫒겨날 때 떨어진 배꼽
그래서 나무들은 걸어다니지 않고 붙박이처럼 살았구나
그의 배꼽이 더 단단해지고 있네
레코드판이 지지직 지지직
한결 굳은 배꼽 위에서 전축바늘을 따라 돌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