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무덤 - 전동균
순개울 바닷물은
꼭 민박집 솔숲 아래까지만 왔다가 간다
몸 야윈 소나무, 소나무 사이 무덤들에게
돌아서는 뒷모습만 보여주고 떠나간다
평지처럼 낮아진 무덤가를 서성이며 나는
잔풀을 뜯다가
갈매기 한 마리 날지 않는 막막한 바다를 안아보다가
너는 내 속에서 나왔어, 말하듯
억새꽃 피운
작은 무덤 하나를 가슴속으로 옮기며
속없이, 속절없이 높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끝내는 고개 돌려
젖은 담배를 피워 무는데
저기 저 만삭의 여자는
가쁜 숨 몰아쉬며
바닷가 철조망에 오징어를 널고 있고
그 옆에 선 검둥 강아지는 살랑살랑 꼬리 흔들며
내 얼굴 빤히 쳐다보고
전동균 시집"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시평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