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뱀을 치었다 차마 내릴 수 없어 백미러를 통해 본 뱀은 몇 번 몸을 꿈틀대더니 기다란 선분으로 드러누웠다 처음엔 운전미숙이라고 자책했다가 어쩌면 시야가 어두운 탓이라 위로하다가 마침내 상대방의 ‘길이’ 때문이라고 스스로 단정했다. 너무 긴, 입과 길이로만 이어진, 결코 직립할 수 없는, 땅의 흔적 같은, 길이의 나머지가 미처 따라나서지 못한, 하지만 천천히 천천히 한 세상 기어갈 수밖에 없는 저,
선분 하나 역전시장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고무타이어에 배를 깔고 찬송가와 함께 지나가고 있다. 바삐 지나치는 사람들과 번득이는 빗방울 사이로 아득한 수평선을 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