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당신이 되는 날 - 박제천
한 마음의 열두 가지 지옥을 다 비우는,
오늘은 내가 당신이 되는 날
한 물줄기의 수만 물방울이 하나같이 반짝이는,
오늘은 당신이 분수가 되는 날
푸르름의 목어, 눈부심의 풍경 다 내어 건
향기로운 절 한 채 지어서
마음이 추운 이들을 모두 불러들이는,
오늘은 당신이 집이 되는 날
하찮은 돌멩이나 풀줄기, 꾸겨진 종이장 하나에까지
햇빛의 광명을 가득 채워
숨쉬게 하는,
오늘은 당신이 내가 되는 날
한 마음의 열두 가지 생각을
한 생각으로 바꾸어
오늘은 내 안을 텅 비우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