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결별 - 이향아
날은 기어코 저물고야 말았습니다.
저무는 날은
잠자리 날개 같은 옷자락을 끌고서
게을러도 좋은 제왕처럼 왔습니다.
스며든다는 것은 이런 것이군요.
스며든다는 것은 저녁 어스름 같은 것이군요.
연푸른 물빛에 해면처럼 잠겨서
그윽하기 낯설은 골목 같은 시간
이런 시간이면 나는
마지막 맺음이란 바로 이런가,
깊이 생각할수록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지나가고 말 텐데 어쩌다가
만난 지금
무어라고 꼭 한 마디만 하라면
아름다운 결별이란 이런 것인가
생각하면 숨이 차서
입을 열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