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첼리스트의 노동 - 한혜영
연주자는 꽃잎을 불러모으거나
깃털을 불러모으는 마술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므로 음악을 감상하는 일이란
깃털로 만든 이불을 덮고 누워
꽃잎에서 추출한 향기를 맡는 것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방금 전에서야 연주자들 역시
노동자라는 사실을 어이없이 깨달은 것이에요
炭脈을 찾아 끝도 없이 내려가는
鑛夫라는 거, 삽 한 자루가
전재산인 저 첼리스트를 보란 말이지요
땀 뚝뚝 흘려대며 필사적으로 놀려대는
저 삽질
어지간해서는 가슴 더워지지 않는
뭍 영혼에게 땔감 대주는 일이란 얼마나
고단하고 숨막히는 작업인가요
진작에 땔감 떨어진 무쇠난로처럼
싸늘하게 식어 말없이 웅크리고 앉아있던
내 가슴에 석탄 한 삽을 막 집어넣고 돌아서는
첼리스트의 등허리가 그 사이 부쩍 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