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面에서 심은 코스모스길로 젊은 며느리들이 꽁지머리를 하고 달리기를 한다 그들이 지나가면 그리운 냄새가 난다 마가목 붉은 열매들이 길을 막아서보지만 세월은 그 키를 넘어간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 여름이 또 가고 나니까 민박집 간판처럼 허술하게 떠내려가다 걸린 나무등걸처럼 우두커니 그냥 있었다 이 촌구석에서 이 좋은 가을에 나는 정말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여러 번 일러줘도 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 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 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 나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소주 같은 햇빛을 사발떼기로 마시며 코스모스 길을 어슬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