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속눈썹 - 박형준밤늦게 돌아오는 밤에는거울을 보고 운다누군가 거울 속에서부드럽게 속눈썹을 만진다홍수에 떠내려가는 자운영지붕 위로 떠밀려온 꽃밭그 위에서 울고 있는 돼지흙탕물 속에서꽃뿌리에 담긴 다리꽃잎의 흙탕물이 밴돼지의 속눈썹거센 비 지나간 후하늘은 말끔히 개어 있다누구도 지붕 위에서 혼자 울고 있는돼지에게 말을 걸지 마라생의 널빤지를 잡고죽은 자의 그림자가 거꾸로 비치는아른거리는 도시의 수평선에서간신히 귀환하는 날에는거울 속에서,고독한 집의 강물에서지붕을 타고 하류로 떠내려간 돼지가울고 있는 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