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남한강에서 - 김지하
춤추어라
애린
네 발끝 흰 눈부심 춤추어라
자작나무만 아니다
은사시나무 미류나무만이 아니다
눈 내리는 겨울
모든 나무
모든 풀
돌마저도 하얗다 춤추어라
햇살
겨울 바람 없는 날 한낮
세상 온통 흰 햇살 속에 잠들 때
아아 흰빛
눈부시게 눈부시게 더욱 흰빛으로
애린
춤추어라
소복춤으로 흰빛을 딛고
얼음사위로 얼음을 밟고
노을이 타도 새벽 푸르름이 와도
변함없는 흰빛
아아 흰빛
네 발끝 흰 눈부심으로 가볍게
흰빛을 딛고 춤추어라
애린
춤추어라
강가에 얼어붙은 겨울나무숲
배마저 얼어붙은
하얀 겨울강
그 얼음 위에
그 외로움 위에
춤추느냐 펄럭이는 옷자락
너 선혈아
사랑하는 애린
타오르는 타오르는
애잔한 노을
노을
내 애린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