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 咸錫憲 마음은 꽃 골짜기 피는 란 썩어진 흙을 먹고 자라 맑은 향을 토해 마음은 시내 흐느적이는 바람에 부서지는 냇물 환란이 흔들면 흔들수록 웃음으로 노래해 마음은 구름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한 때 한 곳 못 쉬건만 늘 평안한 자유를 얻어 마음은 높은 봉 구름으로 눈물 닦는 빼어난 바위 늘 이기건만 늘 부족한 듯 언제나 애타는 얼굴을 해 마음은 호수 고요한 산속에 잠자는 가슴 새벽안개 보드라운 속에 헤아릴 수 없는 환상을 길러 마음은 별 은하 건너 반짝이는 빛 한없이 먼 얼굴을 하면서 또 한없이 은근한 속삭임을 주어 마음은 바람 오고 감 볼 수 없는 하늘 숨 닿는 대로 만물을 붙잡아 억만 가락 청의 소리를 내 마음은 씨알 꽃이 떨어져 여무는 씨의 여무진 알 모든 자람의 끝이면서 또 온갖 형상의 어머니 마음은 차라리 처녀 수줍으면서 당돌하면서 죽도록 지키면서 아낌없이 바치자면서 누구를 기다려 행복 속에 눈물을 지어 - 함석헌시집 <수평선 너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