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여태까지 키운 것은 불안이었다 아침으로 먹고 점심으로 먹고 저녁으로 먹는다 내 몸에는 항상 불안이 소화되는 중이다 어쩌다 불안을 굶으면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난다 불안이 제일 먹고 싶다 파를 송송 썰어 넣고 양파를 벗겨 넣고 나중엔 달걀을 풀어 휘휘 젓는다 불안 냄새로 온 실내가 진동하고 불안이 마침내 익으면 불안을 꺼내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는다 꼭꼭 씹어 먹는다
불안을 떨어뜨리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다 세 끼 불안 먹자고 하는 짓이다
불안을 사러 다닌다 아침 점심 저녁 먹을 불안을 사러 다닌다 목욕탕에 간다 극장에 간다 시장에 간다 결혼식장에 간다 세미나장에 간다 전람회장에 간다 병원에 간다 학교에 간다 시 낭송회에 간다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한아름 불안을 사 가지고 와 냉장고에 쟁여 넣는다
몸에는 항상 불안이 소화되는 중이다 식도를 지나 위를 지나 십이지장을 지나 작은창자 큰창자 항문으로 가는 길이 있다 차근차근 불안은 분해된다 불안이 나를 살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