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다는 건 슬픈거야. 슬퍼서 둥글어지기도 하지만 저 보름달
을 한번 품어보아라. 품고서 가을 한가운데 서 봐라.
푸른 밤을 푸르게 가야 한다는 건 또 얼마나 슬픈 거고 내가 나
를 아름답게 잠재워야 하는 모습이냐. 그동안 난 이런 밤의 옥수
수 잎도, 옥수수 잎에 붙어 우는 한 마리의 풀벌레도 되지 못했구
나. 여기서 난 어머니를 매단 저 둥근 사상과 함께 강진의 밤을
걷는다. '무진기행'은 칠량의 전망대에 맡겨두고 내 부질없는 詩
와 담뱃불만 데리고 걷는다. 걷다가 도요지 대구에서 추억의 손
을 꺼내 보름달 같은 청자항아릴 하나 빚어 누구의 뜨락에 놓고
난 박처럼 푸른 눈을 찬 이슬이 맺히도록 떠본다.
구두가 미리 알고 걸음을 멈추는 곳,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
이야.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
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에서
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