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는- 이화국 멍에가 무거워도 가벼히 떠나야 해 옷 벗은 시 한 줄 낳아 놓고 가진 자들 희망의 입은 커서 채우기 어렵지만 내 손에 쥔 그릇은 작으니 사는 날 동안에는 절망의 산마루를 넘어 비에 젖은 나무단을 모아놓고 예배심(禮拜心)으로 정성 다해 불 당겨야 해 하늘의 거미줄은 탄력을 더하지만 새어나갈 구멍은 있지 동학년에도 곰나루를 건넌 이 있고 못 건넌 이 있다 산길에 등칡과 인동덩굴 마삭줄이 단단하고 산오이풀 구름송이풀 지천으로 고우니 뒤만 보며 걷는 사람이 되던지 앞만 보며 가는 사람이 되던지 다만 떠날 때는 가벼히 손 놓아야 해 달래주는 이 있다고 눈치 보며 더욱 우는 아이는 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