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기/ 송태한

2017.06.21 07:08

강화도령 조회 수:7616

퍼즐 맞추기

 

송태한

 

 

오전엔 사무실 내근

찬바람 새어드는 출입문 앞

서류 파일 어질러진 책상 모니터와 씨름하다

점심 때우고 오후엔 관내 출장 다녀오기

수첩에 빼곡한 하루를 마감하고

비공식 저녁 일정은 직사각 승객 시루 속

지하철 한 귀퉁이에 기대어 놓기

부르튼 짜장면발이 된 퇴근길 몸에

머리 속 기억은 분실물 투성이

듬성듬성 이 빠진 꼴라쥬

정신마저 쓰러지지 않게 손잡이에 꼬옥 묶어

촘촘히 세워 놓았다기

내리는 역에선 밀려나갈 때 방향 주의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선 우선멈춤

재건축 대상 주공아파트 오층 계단을 한 차례 쉬고

올라가 현관문 비번 눌러 열고

비좁은 화장실로 데려가

얼굴과 손발 비누로 박박 씻겨서

옥돌 매트 깔린 레고블럭 침대

아내 옆 빈 칸에 가로누이고

좌우 테두리 가지런히 맞추어

내 몸뚱이 가까스로 미라처럼 끼워 넣고

두 눈꺼풀 지그시 눌러 감겨 놓은 뒤

사각 방 무대 위 하루의 조명을 일제히 끈다.



-시집 '퍼즐 맞추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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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즐(puzzle)이란 잘 알다시피 풀면서 지적 만족을 얻도록 고안된 문제나 놀이기구를 말한다. 여기에서 문제는 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문제나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이다. 이 시에서 송태한 시인의 퍼즐은 사무실 내근의 오전부터 점심, 오후, 저녁 퇴근 후 집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하루 일과가 상세하게 퍼즐처럼 맞추어져 움직이는 삶을 말해주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처음 시작에서부터 마지막에 이르러 내 몸뚱이라고 밝히기 전까지 전혀 인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허만하 시인은 블랑쇼는 카프카를 매개로 문학은 라는 일인칭이 라는 삼인칭으로 이행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발견을 했다”(시적 언어에 다가서기 위한 탐색 8가지, 예술가25)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를 벗어나는 거리의 역설을 말한 것인데, 마지막에 결국 1인칭의 를 밝히긴 했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을 삼인칭화함으로써 퍼즐을 맞추어 나가듯 긴장감을 유도하고 있다. 블랑쇼가 말하는  라는 비인칭non-personne이 아닐지라도 송태한 시인은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인칭이 불필요한 누구든모두 하루의 일과를 퍼즐을 맞추듯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허형만(시인)

-global.interpark.com/display/collectlis..  글로벌 인터파크./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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