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뒤꿈치/ 송태한

2017.01.12 07:22

강화도령 조회 수:5588

발뒤꿈치

 송태한

   

해마다 겨울철이 오면

내 발뒤꿈치엔 각질이 자란다

두껍게 자란 살 껍질이 협곡처럼 갈라져

피딱지마저 비칠 때면

한 발 내딛기조차 수월치 않다

미끄러운 빙판길 조심하랴

발바닥 사정 헤아리랴 이미

여러 해 몸에 기생하는 이 증세는

숨죽여 살아왔던 살갗의 반란처럼

이래저래 거동을 애먹인다

긁어 털어내고 깎아내도

다시 그 자리에 들어앉는 낯선 표피층

모래 먼지뿐인 사막지대 속에서

끝내 살아남은 절지류처럼

굳은살에 만져지는

금강송 껍질처럼 속 깊은 내력

삼엽충 화석 같은 질긴 목숨들

나무초리 까부라지고

높바람이 전갈처럼 꼬리 세운 겨울엔

내 몸을 버텨온 차가운 발끝에

겨우살이 하얀 각질이 핀다


-시집 『퍼즐 맞추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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