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파리나 빈대 따위처럼 인간의 생활근거지를 주무대로 노략질을 하면서 살아가는 위생곤충으로 의복이나 음식물에 해를 끼친다. 주로 야행성이며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상의 전 생명체가 멸종되었던 빙하기에도 죽지 않고 그 종족을 오늘날까지 보전 했다는 곤충이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지칭된다. 인간보다 먼저 지구를 차지하고 있었던 곤충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이제 바퀴벌레에게 가느다란 벽 틈서리조차도 내어주려 들지 않는다. 눈꼽만한 과자 부스럭지조차도 내어주려 들지 않는다. 오직 다량학살만을 모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퀴벌레가 미워도 빙하기부터 지금까지 시간의 바퀴를 굴리며 종족을 보전해 온 생명의 불가사의에 대한 취소한의 경의는 표해야 한다.
신경통
날이 궃으면 뼈들이 먼저 알고 신음을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뼈들이 먼저 알고 비명을 지른다. 비로서 사람과 하늘이 따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성불구자
모든 불제자. 성불하기를 구하는 사람.
출근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을 인간에서 로보트로 전환시키는 행위. 직장을 가진 인간이라면 대부분 기상과 동시에 출근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세면장에 들어가 부품을 소제하고 에너지를 보충한 다음 서둘러 직장으로 달려가 출근부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모든 작동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비애를 느낄 겨를조차 없다.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만 행복이 보장된다고 입력되어 있는 로보트처럼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출근은 보금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 보금자리를 일시적으로 떠나는 서민들의 습관화된 이별이다. 외로운 출발이다. 이 세상에 남들처럼 살아남아 있고 싶은 자로서의 소박한 희망이다. 희망에의 도전이다.
스트레스
가슴 밑바닥에 침전된 불만의 찌꺼기를 연소하지 못할 때 생겨나는 유독성 폐기물이다.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정신을 피로하게 만든다. 만병을 불러들이는 근원이 된다. 다량으로 침전되면 자체 내에서 폭발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경쟁의 과정에서는 스트레스가 따르고 모든 패배의 결과에는 스트레스가 증폭된다. 군자와 백치에게는 스트레스가 따르지 않는다. 능력이상의 욕망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어떤 경쟁에도 휩쓸림이 없기 때문이다.
호수
고여 있는 슬픔이다. 고여 있는 침묵이다. 강물처럼 몸부림치며 흐르지도 않고 바다처럼 포효하며 일어서지도 않는다. 다만 바람 부는 날에는 아픈 편린처럼 쓸려가는 물비늘. 기다림 끝에 흘리는 눈물들은 기다림 끝에 흘리는 눈물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호수가 된다. 온 하늘을 가슴에 담는 사랑이 된다.
음담패설
음담배설.
속물근성
천박한 자기수준을 끝끝내 개선하지 않은 채로 자신이 타인에게 가치 있는 존재로 부각되기를 바라는 습성. 모든 욕망의 나무를 자르지 못한 채 가지마다 공명심, 이기심, 질투심, 시기심 따위의 거추장스러운 과일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살아가는 습성. 아무런 철학도 없고 아무런 고뇌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장 요긴한 생활필수품. 소인배들의 전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