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 또는 만들어 놓은 것을 파괴시키는 일. 소망으로써 창조되어진 피조물은 신에 가깝고 욕망으로써 창조되어진 피조물은 악마에 가깝다. 소망은 만인에게 이롭고 욕망은 개인에게만 이롭다. 성경에 의하면 태초에 신이 인간과 우주 만물을 창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초에 신은 단 두명의 인간을 창조해 낸데 불과했으나 오늘날 인간은 수천 종의 신을 창조해 내고 있다.
악마
인간의 영혼을 부패시키고 신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영적 존재의 총칭. 생각의 신생아 실에서 탄생하여 마음의 영안실에서 소멸한다. 낙원에는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천국에는 존재했다는 기록이 없다. 증오의 크기와 악마의 크기는 정비례하고 사랑의 크기와 악마의 크기는 반비례한다.
질서
자연적인 질서와 인위적인 질서로 대별된다. 자연적인 질서는 만물이 우주의 순환원리대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수행하는 상태를 말하며 창조주의 주관 하에 완벽한 아름다움을 영구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정립되어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질서는 자연으로부터 이탈한 인간들이 보다 부자연스러운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도덕과 양심을 담보로 조리와 순리를 지켜 스스로를 속박하는 상태를 말한다.
훈시
어떤 의미에서건 자신을 거룩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들의 위상을 자신보다 하급서열로 설정하여 말로써 어떤 가르침을 하달하려는 습성이 있는데 그 가르침을 일컬어 훈시라고 한다. 대부분이 상투적인 어휘와 구태의연한 문장들로 조제된 무해무득의 첩약들이며 때로는 두통을 유발시키거나 오한을 유발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길어지면 고문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탁월한 언어의 조제술을 가진 명의는 훈시로써 집단과 개인의 고질병을 치유하고 역사와 운명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각설이
끼니때마다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타령으로 깨달음을 설하고 한 덩어리의 식은 밥으로 개런티를 대신하는 무명 연예인들이다. 배부른 사람들이 자선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배역을 맡고 있다. 일정한 주거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철새처럼 유랑한다. 급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 수가 줄어들어서 거의 멸종 상태다. 그들의 허기진 배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먹이는 지천에 깔렸어도 그들의 허기진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사랑은 가문 여름 논바닥처럼 메말라 버린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존경심
자신을 낮추고 상대편을 높이어 공경하는 마음이다. 자만심이 가득한 사람에게는 피어나지 않는 연꽃이다. 겸양이라는 이름의 연못을 마음 안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피어나는 연꽃이다. 강요에 의해서 드러나는 존경심이나 두려움에 의해서 드러나는 존경심은 모두 모조품이다. 인품이 낮은 사람일수록 그러한 모조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존경심은 높이 세워져 있는 스탈린의 동상을 바라볼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상의 머리 위에다 똥을 싸갈기는 비둘기를 바라볼 때 생겨나는 것이다.
배금주의자
세상에는 염라대왕까지도 황금으로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금주의자들이다. 그들은 황금을 보기를 신같이 하고 인간을 보기를 돌같이 한다. 황금은 그들의 우상이요 종교며 경전이다. 그들은 오로지 재산을 모으는 일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일 뿐 베푸는 일에는 대체로 무관심한 편이다. 그러나 그들도 염라국으로 떠날 때는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털이가 된다. 이 세상 황금을 모두 손아귀에 쥐고 있어도 염라대왕의 부름을 거역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배금주의자들이란 결국 자신의 전 인생을 변변히 써보지도
못할 돈과 맞바꾸어 버리는 청맹과니에 불과한 족속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