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반드시 마음 안에서만 자란다. 마음 안에서만 발아하고 마음 안에서만 꽃을 피운다. 사랑은 언제나 달디단 열매로만 결실되지는 않는다. 사랑에 거추장스러운 욕망의 덩굴식물들이 기생해서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를 비우고 너를 채우려 할 때 샘물처럼 고여든다. 그 샘물이 마음 안에 푸르른 숲을 만든다. 푸르른 낙원을 만든다. 온 천지를 둘러보아도 사랑의 반대말이 없으며 온 우주를 살펴보아도 아름다움의 반대말이 없는 낙원을 만든다. 사랑은 바로 행복 그 자체이다.
접시닦이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유흥업소나 접객업소 등을 이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 없을 때 현장에서 취득할 수 있는 직업의 일종. 접시를 닦기 전에 마음부터 먼저 닦으라는 교훈이 내포되어 있지만 대체로 선량하고 양심적인 사람들이 선택하는 직업이며 정상적인 신체기능을 가졌다면 특별한 연수교육을 거치지 않고도 단시간 내에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개 임시직이지만 엄처 시하에 있는 공처가들에게는 거의 영구직이나 다름없다.
인간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보면 아담과 이브를 필두로 하나자손 모두를 지칭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주에서 가장 나이가 어림 생명체이며 가장 욕심이 많은 철부지들이다. 하나님이 따먹지 말라고 당부하신 선악과라는 이름의 과일이 에덴동산이란 낙원에 있었는데 어느 날 그만 뱀의 감언이설에 빠져 그 과일 한 개를 따먹어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름으로써 아담과 이브는 낙원에서 추방당했다고 한다. 이후 그 후예들은 몇 천 년 동안을 운명의 사슬에 묶여 자자손손 죄수로 살아가고 있다. 한때 하나님의 아들임을 자처하는 한 메시아가
나타나 전 생애를 다 바쳐 사면운동을 벌였으나 아직도 대부분의 인간들이 사면되지 않은 상태로 복역중이다. 사랑하라. 단지 그 한마디만을 실천하면 되는데도.
인간
지구에 기생하는 생명체중에서 가장 이기주의적으로 지능이 발달한 영장류. 지구에 기생하는 생명체중에서 가장 많은 전쟁무기를 가지고 있다. 여러번의 핵실험을 통해 대기권 안의 전 생명체들을 멸종의 지름길로 인도하고 각종 폐기물을 통해 대기권 전역의 생태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나 지구에 기생하는 어떤 생명체도 숙주인 지구를 파괴하는 법은 없으며 오직 인간들만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자연에게서
많은 것을 착취해 왔으나 자연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들은 가장 조화된 것은 가장 진화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는 상태이며 안다고 하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아직 모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아직 모르고 있다. 자신들의 껍질에 가리워져 스스로의 참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
지구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은 피부에 기생하는 암세포에 상응하는 미생물이다. 그것들은 지구의 피부 전역에 착생하여 닥치는 대로 부스럼을 만들고 종양을 일으키며 살을 썩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을 닥치는 대로 살상하고 심지어는 지역별로 세력권을 형성하여 같은 종끼리도 잔혹하게 목숨을 짓밟는다. 인간들의 형태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미생물이 기생한다. 그 중에서 가장 진화된 미생물은 백혈구라고 명명한 혈액세포의 일종이다. 그것은 핵을 가진 하나의 독립세포다. 그것은 숙주와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그것이 감소하면 숙주도 생명의 위험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지구는 인간이 감소한다고 해도 결코 생명의 위험은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각종 피부질환만 치유될 뿐이다. 지구가 바뀌기를 바라지 말고 인간 스스로를 바꾸면서 살아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