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른한 햇살 속에서 태평양이 바라다 보이는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온몸에서 긴장이 다 풀리는 듯했다. 내 벤치의 한쪽 끝엔 숙녀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은 양, 허리가 구부정하게 휘고 가냘픈 체구인데다 마녀 같은 매부리코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왠지 나는 그녀에게 끌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길을 바다에 두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는 충동적으로 노숙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질문했다.
"우리가 서로를 두 번 다시 못할 거라면, 저에게 진정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시렵니까?"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두 뺨 위로 눈물 방울이 흘러내렸다.
"나를 그토록 생각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우."
그녀는 흐느꼈다. 나는 한 손을 가볍게 그녀의 어깨에 얹고 위로하며 말했다.
"여기 제가 있잖습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항상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우. 하지만 우리 어머니 말씀이, 내 행동이 너무 굼뜨다는 거야. 그래서 발레를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했수. 하지만 나에게는 비밀이 있다우.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나는 네 살 때부터 나만의 춤을 연습해 왔어. 나는 어머니 몰래 옷장에 숨어서 연습했었다우."
"저에게 그 춤을 보여 주십시오."
내가 청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나를 다시 보았다.
"내 춤을 보고 싶수?"
"그럼요."
그리고 나는 기적을 봤다. 그녀의 얼굴에서 오랜 세월에 걸친 고통의 흔적은 사라졌다. 이제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높이 들고 어깨를 뒤로 활짝 펴고 당당하게 일어났다. 그녀는 자리에서 한 바퀴 빙그르 돌아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치 온 세상이 그녀를 위해 멈춰선 것처럼 보였다. 지금이야말로 그녀가 평생토록 기다려 왔던 무대였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위해 춤을 추고 싶어했다. 그녀는 내 앞에 서서 큰 숨을 들이켰다. 몇 초 전만 해도 흐릿했던 그녀의 눈빛이 지금은 살아 있는 것처럼 반짝거렸다. 그녀는 우아하게 발끝으로 서서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실로 대가다운 몸짓이었다. 나는 내 눈앞에서 펼쳐진 기적을 응시했다. 추하고, 늙고, 비참한 노파가 유리 구두를 신은 신데렐라로 변신한 것이다. 그녀는 평생을 걸려 춤을 익혔고, 단 몇 초 동안 춤을 췄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달성되었다. 그녀는 춤을 췄다! 이제 그녀는 울며 웃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그녀가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을 비롯한 여러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녀의 모든 말에 귀를 귀울였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발레리나입니다. 당신을 만나게 되어 몹시 기쁩니다."
나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작별 인사를 했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그 이후로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와 손을 흔들며 작별하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부터, 나는 어디를 가든 발걸음을 멈춰서서 사람들의 진면목을 보려고 힘쓴다. 나는 그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질 때마다 기적을 목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