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당당한 무사가 선사를 찾았다. 천하에 유명한 그 무사는 선사를 본 순간, 선사의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본 순간, 돌연 열등감에 휩싸였다. 무사가 선사에게 말하기를,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소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게 좋았었소이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웬지 모를 열등감이 엄습하는군요. 일찍이 가져 본 적이 없는 느낌이오. 수없이 죽음을 만났지만 두려움이라곤 알지 못하였는데, 이 놀라움이 웬 것이란 말입니까?>
선사가 말하기를,
<기다리시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거든 내 말해 주겠소>
선사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그칠 새가 없었다. 무사는 기다리다가 지쳐서 못내 안절부절하였다. 날이 어두워져서야 겨우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첬다. 무사가 얼른 물었다.
<자, 이제 말씀해 주시겠소이까?>
선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밖으로 나갑시다>
마침 보름날이었다. 산등성이 위로 둥근 보름달 이 막 떠오르고 있었다. 선사가 말했다.
<이 나무들 좀 보시게. 한 나무는 하늘로 쭉 뻗어 올랐고, 다른 한 나무는 키가 아주 작지. 이 나무들은 수십 년을 내 창문 옆에서 살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소. 키 작은 나무가 키 큰 나무한테, 난 왜 그대 앞에 서면 열등감을 느끼지? 하고 입도 벙긋한 적이 없소. 자, 이 나무는 작고 이 나무는 크지. 난 이 나무들한테서 아무런 소리도 못 들었소. 왜 그런가?>
무사가 답하기를,
<이것들은 비교할 줄 모르지 않소이까>
선사가 말하기를,
<오호, 내게 물을 것도 없겠네 그려. 해답을 알고 있으니>
비교하지 않으면 우월하고 저열한 모든 게 사라진다. 그럴 때 그대는 단지 있을 뿐. 조그만 풀 뿌리든 키 큰 나무든 그저 있을 뿐. 풀잎 하나도 큰 별처럼 절대로 있는 것. 뻐꾸기 울음소리도 붓다의 말씀처럼 절대로 있는 것. 그대, 세상 만물을 보라. 모든 게 절대로 있고, 모두가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