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시는 날, 우산 하나 넉넉히 펼쳐 들면 우산 속으로 세상이 들어온다. 우산 크기만 한 세상을 오롯이 차지하고 기쁨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고 사랑이기도 한 아주아주 작은 기억의 입자들이 촉촉이 스며 내리는 우산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우산 위를 두드리는 빗소리 꿈속으로 들어오면 골목길 따라, 한길 건너,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서도 새의 둥지, 원두막, 갖추 세운 짚더미, 피어오른 연꽃, 어느 여름 박하향기 풍기는 수풀 길을 거닐던 하오의 햇살과 소나기를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