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 꽃구경 갔다가 오는 길에 어느 절에 들렀습니다. 신라시대에 인도로부터 불법이 들어왔음을 알려주는 이 절 마당에는 봄풀 사이에 자잘한 봄맞이꽃들이 피어 있었고 그 꽃이 주는 기운으로 절 마당은 따뜻하였습니다. 봄기운을 담뿍 받고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법어 몇 말씀 적힌 오래된 게시물이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참기 어려운 것을 참는 것이 진실한 참음이요 누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의 참음이다. 자기보다 약한 이의 허물을 기꺼이 용서하고, 부귀와 영화 속에서 겸손하고 절제하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수행의 덕이니 원망을 원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성내는 사람 속에서도 마음을 고요히 가질 것이며 남들이 모두 악행한다고 가담하지 말라. 강한 자 앞에서 참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고, 자기와 같은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은 싸우기 싫어서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다."
『아함경』에도 나오는 이 말씀을 한번 읽고 지나치기 아까워 몇 번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참을 수 있는 것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참기 어려운 것까지 참는 것이 진실하게 참는 것이라고 가르치십니다.
강한 자 앞에서는 말도 못하고 꾹 참다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불 같이 화를 내는 우리들은 얼마나 비겁한 사람들입니까.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기로 하였습니다. 아니 그냥 참기보다 허물을 용서하고 절제할 줄 아는 것 또한 그를 위한 일이기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내 마음을 불같은 원망과 분노로 태우지 않고 고요하고 평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일은 상대방보다 나에게 더 득이 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