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술자리에서 후배가 물었다. “형,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겠죠? 저 정말 일하기 싫어 죽겠어요.” 국내 최고 대기업에 입사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후배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일하기 싫다니. 후배의 얘기를 한참 들어주다 난 그에게 이런 조언을 해 줬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옷이 무엇이라 생각해? 아르마니? 휴고보스? 내가 생각할 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옷은 사회적인 인지도나 브랜드가 아닌 내 몸에 잘 맞는 옷이야. 그 옷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옷이지. 직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에게 맞는 일.”
옷과 직업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 사회가 인정하는 좋은 ‘브랜드’가 있다. 둘,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 한다. 셋, 소유한 뒤에는 설사 잘 맞지 않더라도 쉽게 벗어던지기 힘들다. 후배는 첫 번째를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두 번째처럼 직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세 번째와 같이 자기 몸에 맞지 않음을 인지했지만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지 않고 투정만 부리고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후배가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옷을 어떻게 벗어요? 형처럼 그렇게 획 벗어던져 버리면 되는 거예요? ” 나 역시 동일한 문제를 안고 살았음을 알고 묻는 소리였다. 대학 졸업 후 삼성이라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그곳이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에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옷을 벗어 버리고 여행을 떠났다. 타향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돌아와 ‘억세게 운 좋게도’ 출판사에 새 보금자리를 튼 지금, 나는 후배에게 예전의 나처럼 ‘안 맞는 옷은 일단 벗고 보라’는 식의 무모한 충고는 하지 않는다. 용기와 무모함은 분명 다른 것이니까 말이다. 결정에는 순서가 있다.
하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솔직해져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둘, 밖을 돌아보며 새로이 내 몸에 맞는 옷을 찾자. 행동을 위한 준비 단계다. 살짝 걸쳐도 보고 눈요기도 다양하게 한 뒤, 그러고 나서 정말 맘에 드는 옷을 찾자. 셋, 이젠 행동! 용기를 내어 현재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새로운 옷으로 바꿔 입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난 내 후배에게 물었듯 묻고 싶다. “당신의 옷! 지금 편안하십니까? ”
우재오 님 | 다산북스 커뮤니케이션 팀장, 《나는 삼성보다 내 인생이 더 좋다》 저자 -《행복한동행》2008년 5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