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적 관점에서 무질서도를 엔트로피(entropy)라고 하고, 질서도를 네그엔트로피(negentropy)라고 한다. 인간이 어떤 물질을 모아 물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네그엔트로피를 창출하고 정보를 만드는 것이고, 그것들이 오랜 세월을 통해 자연상태가 되어 무질서해지는 것은 엔트로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열역학의 법칙이다. 인간의 문화활동은 그런 의미에서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죽음을 극복하는 생명의 과정.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 상태,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예를 들어 어떤 행성에 우주선을 내려 사진을 찍었는데 거기에 대리석으로 된 조각 작품이 있다. 자연 상태에서 물질이 조각 작품의 형태를 이룰 확률은 적다. 그럴 때 우리는 그것이 자연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만들었다는 것을 예상한다. 저것은 일종의 정보 곧 네그엔트로피라고. 그런 방식으로 인간이 정보를 생산한다는 것은 죽음의 충동을 극복하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엔트로피가 예술에서는 미적 정보에 해당한다. 예술 작품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산물이 아닌 인간이 만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질서도만 있게 되면 예술작품은 매우 지루해지므로 거기에 약간의 무질서도를 이루어 미적 정보를 크게 만든다. 예를 들어 서예를 할 때 정자체를 쓰게 되면 금방 알아볼 있다. 의미 정보가 크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글자를 거의 알아보기 힘든 해서체는 미적정보가 더 커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해서가 정서보다 예술인 이유는 거기에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예의 서체들도 엔트로피와 네그엔트로피의 관계가 다 다르다. 앙리 미쇼의 서예 비슷한 무늬는 글자가 아니다. 언뜻 보면 서예처럼 보이지만 그런 건 그냥 엔트로피 상태이다. 미적 정보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예측불가능성은 이제 현대예술의 코드가 되었다. 난해한 현대음악, 난해한 현대시.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는 17개 국어를 사용한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구성으로 제대로 읽을 수도 없다. 컴퓨터로 생성한 것과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생성해낸 것을 구별할 수 없는 이 상황. 예술에 대한 관념이 변하고 있다. 현대에서 엔트로피가 강해지고, 그만큼 예술 자체의 엔트로피도 강해진 것이다. 질서와 무질서의 기묘한 결합, 엔트로피와 네그엔트로피의 프로그래밍이 예술이 되는 시대. 컴퓨터 아트의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