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산 좋고 물 좋은전국 곳곳에서 시인학교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시를 사랑하고 아끼는 독자들과 시인들이 만나 그 둘 사이 낯선 거리를 좁히고 시의 향기로 더위도 좀 쫓아 보자는 뜻일게다. 대부분의 시인학교는 문학대중화를 그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읽던 시를 열 사람이 읽는다고 해서, 인쇄 매체럼 시를 음향이나 영상으로 만난다고 해서, 또 시인이 독자와 직접 대면한다고 해서 시가 대중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노력도 때로 필요하지만, 나는 시 혹은 시인에 대한 신비감을 깨뜨리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시인학교 같은 행사는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도 게걸스럽게 밥을 먹고 화장실을 들락거린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지 모른다. 문학을 포함한 예술은 절대로 신비한 게 아니다. 예술가는 타고난 재질보다 열정과 투자로 만들어진다고 나는 믿는 편이다. 더러 어떤 예술가의 선천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에 대한 지나친 찬미이거나 예술 창조 종사자들의 선민의식이나 우월의식 때문이다. 진정으로 훌륭한 예술은 오래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은 결과일 뿐이다. 책을 읽거든 저자를 존경하지 말 일이며, 음악을 듣거든 작곡가나 가수를 흠모하지 말 일이다. 힘있는 정치가를 지지하는 것보다는 힘없는 조국을 믿고 따라야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