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발톱을 깎이다
얼마 전 한 독자 분의 문의가 있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부부의 대화에서 ‘고양이 발톱을 깎이다’가 올바른 표현인가 하는 것이었다.
남편: 산책하러 갈까요?
아내: 네, 고양이 발톱 좀 깎이고요.
이 경우 일반적인 표현은 ‘고양이 발톱을 깎다/깎아 주다’이다. 그런데 요즘 위 대화처럼 ‘깎이다’라는 표현이 새로 쓰이고 있다.
독자 분의 질문은 이것이 ‘맞는’ 표현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우선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국어사전에 ‘깎이다’가 올라 있지만, 이는 “엄마가 딸에게 고양이 발톱을 깎였다”처럼 누군가에게 그 일을 시키는 경우에만 쓰는 말이다. 자신이 직접 고양이 발톱을 깎아 주는 경우 ‘깎이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다만 이 ‘깎이다’가 어법적으로 엉뚱한 말은 아니다. 우리말에는 유사한 상황에 대해서 ‘(아이의) 머리를 감기다, 발을 씻기다’와 같은 표현이 흔히 존재하고, ‘깎이다’는 이러한 예들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감기다, 씻기다’처럼 ‘깎이다’도 얼마든지 가능한 말이다.
물론 ‘감기다, 씻기다’의 경우 ‘머리를 감다/감아 주다, 발을 씻다/씻어 주다’라고 할 수 없는 반면, ‘깎이다’의 경우 ‘발톱을 깎다/깎아 주다’라고 할 수 있는 차이점은 있다. 그러나 ‘깎다/깎아 주다’가 있다고 해서, ‘깎이다’라는 새로운 표현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법칙은 없다. 더욱이 ‘깎이다’는 ‘깎다/깎아 주다’와 달리 고양이, 아이처럼 스스로 행동할 능력이 부족한 대상에만 쓰이는 고유한 용법이 있기도 하다.
‘깎이다’는 아직 생소한 말이고, 표준어도 아니다. 이 말이 앞으로 널리 쓰이게 될지, 그래서 표준어가 될 수도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