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다’의 옛말은 ‘석다’이다. ‘삭다’의 기본뜻은 ‘물건이 오래되어 본바탕이 변하여 썩은 것처럼 되다’이다. ‘썩다(<석다)’와 ‘삭다’가 본래 한가지에서 나온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썩다’와 ‘삭다’는 각각 두 가지의 사동사를 취한다. 사동사란,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를 말하는데, ‘썩다’에 대해서는 ‘썩히다’와 ‘썩이다’가, ‘삭다’에 대해서는 ‘삭히다’와 ‘삭이다’가 그것이다. 대개의 동사들이 사동사를 하나만 취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예: 울다-울리다, 웃다-웃기다, 입다-입히다, 속다-속이다)
‘썩히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세균에 노출시켜 부패하게 만들다’라는 뜻이다. ‘풀을 썩혀서 거름을 만들다’ ‘음식을 썩히지 않으려면 냉장고에 넣어 두어라’와 같이 쓸 수 있다. 둘째는 ‘활용하지 않고 묵히거나 내버려두다’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이다. ‘좋은 재주를 썩히지 마라’ ‘값비싼 장비를 활용하지 않고 썩히고 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썩이다’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애타게 하거나 괴롭게 하다’라는 뜻이다. ‘이 친구 술버릇이 잘못 들어 골치깨나 썩이는군.’과 같이 쓸 수 있다.
‘삭이다’에도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소화시키다’라는 뜻이다. “돌도 삭일 나이에 그렇게 소화를 못 시켜서 어떻게 하냐”와 같이 쓸 수 있다. 둘째는 ‘어떤 감정이나 생리 작용을 가라앉히다’라는 뜻이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다’ ‘가래를 삭이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삭히다’는 ‘음식을 발효시켜 맛이 들게 하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삭힌’ 홍어는 먹을 수 있어도 ‘썩힌’ 홍어는 먹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