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헷갈리는 ‘이’와 ‘히’ 때문에 받아쓰기 백점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기억은 나만의 경험일까? 아나운서가 된 지금도 누군가 물어 올 때면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부사화 접미사 ‘이’와 ‘히’를 쉽게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다’를 붙여 보는 것이다. ‘하다’를 붙일 수 있으면 ‘히’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이’가 된다. ‘꼼꼼하다’는 말이 되고 ‘곰곰하다’는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꼼꼼히’ ‘곰곰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말끔히’ ‘쓸쓸히’ ‘조용히’에는 ‘히’가 붙고 ‘간간이’ ‘번번이’‘헛되이’에는 ‘이’가 붙는다.
그렇다면 ‘깨끗하다’이니까 ‘깨끗히’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어근이 ‘ㅅ’으로 끝나는 말들은 ‘이’가 붙는다. ‘깨끗이’ ‘번듯이’ ‘느긋이’ 등과 같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쉽다.
‘깊숙이’와 ‘깊숙히’는? ‘끔찍이’와 ‘끔찍히’는? 어근이 ‘ㄱ’으로 끝나고 ‘하다’와 결합하는 경우에 ‘깁쑤키’ ‘끔찌키’와 같이 격음으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깊숙히’ ‘끔찍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근이 ‘ㄱ’으로 끝날 때에는 ‘이’가 붙는 경우도 많다. ‘깊숙이’ ‘끔찍이’라고 쓰고 ‘깁쑤기’ ‘끔찌기’라고 발음해야 옳다. ‘수북이’ ‘촉촉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솔직히’‘엄격히’에는 ‘히’가 붙는다.
애석하게도 ‘이’와 ‘히’의 구분에 있어 규칙이 모든 단어에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번거롭더라도 일일이 살펴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