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인들이 자신들이 쓰는 영어를 장난스럽게 일컫거나 답답해하며 부르는 말이 ‘콩글리시’이다. ‘한국식 영어’의 별명인 셈이다. 다른 나라들을 둘러보아도 이러한 별명이 생기지 않은 경우가 없을 정도로 웬만한 곳에서는 모두 그들 영어의 특징을 꼬집는 별칭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의 싱글리시, 말레이시아의 맹글리시, 파키스탄에는 파클리시가 있다. 영어 보급률이 높은 북유럽에서도 덴마크의 영어는 댕글리시, 스웨덴의 영어는 스웽글리시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옛날에 동아시아에 한자가 퍼지면서 일본식 한자, 한국식 한자(이두), 베트남식 한자(쯔놈) 등이 생겨났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싱가포르의 싱글리시를 비롯해서 아시아 사람들의 영어는 악센트와 억양에 특징이 있다. 아시아 영어는 대개 단어마다 강세를 강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물 흐르듯이 들리지 않고 시끄럽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전체 고저의 변화가 별로 없어서 단어마다 발에 걸리듯이 매끄럽지 못하다. 그러나 이것이 또한 현실의 영어이기도 하다.
유창한 영어에 목말라했던 아시아인들은 줄곧 영미식 영어만을 유일한 학습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젠 오히려 영어 사용자의 다수가 아시아인들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반대로 영어가 아시아인의 편의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 이젠 아시아인들에게 편한 일종의 ‘(동)아시아 영어’, 즉 어느 정도 아시아화시킨 ‘영어 통용어’가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말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학습자들의 부담을 덜고 오히려 영어를 더욱 국제적인 도구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오로지 원어민다운 영어만을 향해 질주하는 현재의 영어 교육은 고급 전문가 교육에서나 의미가 있을 뿐, 보편 교육으로는 문제가 있다. 지금 동아시아인들은 영어 교육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치르면서도 그 대가를 못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