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소리의 명인, 국악 근대사의 살아있는 전설’로 대변되는 이가 있다. 서도소리 예능 보유자 이은관 선생이다. 지난 월요일 백제 설화 <도미의 아내>를 서도소리로 엮어 부르는 그를 화면에서 만났다. 올해 아흔일곱인 명인의 소리는 여전히 카랑하고 쩌렁했다. 17분45초 동안 이어진 절창을 넋을 놓고 지켜보았다. 어려운 한자 성어를 자막으로 풀어주는 등 우리 소리를 쉽게 풀어내려 한 제작진의 배려가 엿보였다.
‘화용월태는 양귀비요(꽃과 달 같은 자태는 양귀비를 닮았고)’, ‘똑같이 가장(변장)을 시켜’와 같이 대체로 잘 옮겼지만 ‘화촉동방(첫날밤에 켜는 초에) 불 밝힐 제’, ‘하해(하늘과 땅) 같은 우리 낭군’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화촉동방(華燭洞房)은 ‘첫날밤에 신랑 신부가 자는 방’이니 괄호는 ‘화촉’ 뒤에 들어서야 맞는다. 큰 존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인 하해(河海)를 ‘하늘과 땅’으로 설명한 것은 잘못이다.
이은관 선생의 공연을 보며 ‘배뱅이’가 떠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왔구나, 왔소이다, 왔소이다~’로 유명한 이 타령을 표준국어대사전은 ‘배뱅잇굿’으로, 우리말큰사전은 ‘배뱅이굿’으로 다루었다. ‘배뱅잇굿[배뱅읻꾿]’은 ‘한글맞춤법 제30항’에 해당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도소리보존회 관계자와 동료 아나운서의 발음은 하나같이 예삿소리로 끝나는 [배뱅이굳]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는 ‘배뱅이굿보존회’가 있고 문화재청 누리집에도 ‘배뱅이굿’으로 올라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가운데 ‘-굿’으로 끝나는 낱말 282개 중에 [-꾿]으로 소리나는 경우는 ‘당굿’, ‘멧굿’ 등 몇 개뿐이고 대부분 [-굳]이다. ‘배뱅잇굿’은 1984년 처음 신문에 등장했지만 ‘배뱅이굿’은 1935년 이후 꾸준히 기사에 쓰이고 있고 2000년 이후 검색 결과도 배뱅이굿이 훨씬 많다. ‘배뱅잇굿[배뱅읻꾿]’을 바루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