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아나운서가 만났다. 지난 화요일 한국아나운서연합회와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이 함께 마련한 학술토론회 때의 일이다. 한국어와 중국어로 진행된 탓에 자칫 느슨해질지 모른다는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국적을 뛰어넘는 ‘동료의식’이 우려를 기우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발표인 ‘디지털시대 방송진행자의 역할 변화’(數字化時代主持人角色的變化)가 끝난 뒤에도 ‘방송언어를 어찌 다듬어 나가야 하는가’를 놓고 이어간 질의·응답·토론으로 행사장의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방송진행자의 ‘동료의식’은 방송언어를 다듬어가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한 ‘동병상련’으로 이어졌다. 서로의 상황과 정보를 주고받던 중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국에서 방송인이 되려면 ‘아나운서·엠시 수행능력 자격시험’(播音員主持人執業資格考試)을 통과해야 하고, 한발 더 나아가 아나운서는 구두시험인 ‘보통화 수준평가시험’(普通話水平測試)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야 마이크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1급부터 3급까지 갑을로 나눠 매기는 여섯 등급에서 ‘1급 갑(甲)등’을 받아야 ‘아나운서 자격’이 생기는 셈이다.
중국의 표준어인 ‘보통화’를 제대로 구사해야만 방송인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한국 아나운서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다 고개가 뒤로 넘어갈 얘기도 있었다. “재수 삼수를 해 아나운서가 되어도 ‘발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시시티브이>(CCTV)는 발음 틀리면 한 글자에 최소 50위안씩 벌금을 내야 한다. 같은 글자여도 위치에 따라 성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서 늘 긴장해야 한다.” 방송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발음 실수를 줄이기 위한 벌금제도는 2008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어느 아나운서는 ‘원고료를 따져보니 한 글자에 50원꼴’이라 했는데, 중국 아나운서는 ‘오독 한 글자에 50위안(약 9000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